추석, 살과의 전쟁-음식과의 전쟁
추석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아래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1.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척들과 친한 척 OR 말이라도 섞어야 한다.
2. 추석 음식 만들기 대작전에 동원되야 한다.
3. 추석 연휴 동안에 1kg은 찔 각오를 해야 한다.

1,2번은 제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pass 하기로 하고 3번을 위한 묘책을 세월 볼까 합니다.

초기 전략: 음식을 만들 때 맛보지 않는다.(요주의 인물: 동그랑땡, 생선전)

초기 전략을 흔들리게 하는 주범은 바로 동그랑땡입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동그랑땡을 보면 <맛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꺾이고 마는데요. 문제는 동그랑땡의 진맛은 막 후라이팬을 빠져 나왔을 때 느낄 수 있다는 점이지요. 손이 데건 혓바닥이 데건 간에 일단 입에 넣게 되기 마련.





생선전도 만만치 않은 적수입니다. 동태의 하얀 살결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대책1. 음식 준비에 참여하지 않는다-> 할머니께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함.(x)
대책2. 음식 준비를 하기 전 물 1.5리터를 먹는다 ->(O)
대책3. 소금 간을 짜게 해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못 먹도록 만든다->(O)
대책4. 할머니께 올해는 동그랑땡과 생선전을 하지 말자고->

중간 전략: 차안에서 까먹을 간식은 과일로 대체하자(요주의 인물: 맥반석 오징어, 소프트 아이스크림, 우동)

긴 귀경길, 졸립기도 하고 입이 심심하기도 해서 자꾸 사먹에 되는 간식들을 줄여야 합니다. 일단 가장 큰 적은 맥반석 오징어. 오징어의 칼로리는 상상외로 높습니다. 이빨에 끼고 턱에도 좋지 않으니 최대한 몸을 부르르 떨며 참을 인을 외쳐야 합니다.


맥반석 오징어를 사지 않기 위해서 휴게실에서 사야할 음료수는 바로 뜨겁고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 맥반석 오징어가 비리기 때문에 커피와 궁합이 잘 맞지 않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생크림이 올려져있는 카페모카 같은 칼로리 높은 커피는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우동 역시 휴게실에 가면 성지순례식으로 먹게되는 음식. 우동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배를 든든히 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챙깁시다. 감이나 복숭아, 사과 등이 좋을 것 같네요.

당일 전략:
1. 밥을 일단 반으로 던다.
2. 눕지 않는다.
3. 설거지를 한다.
4. 조카들이랑 놀아 준다.

보통 아점으로 비빔밥을 먹는데 작은 어머니가 일괄적으로 퍼주는 밥은 양이 너무 많습니다. 슥슥슥 비벼서 먹성 좋게 다 먹지 말고 나물을 걷어내고 밥을 절반 뚝 덜어냅니다. 그리고 젖가락으로 밥을 먹습니다. 밥을 반으로 덜어낸 만큼 식사시간이 남들보다 빨라지기 때문에 눈치가 보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깨작깨작 아주 맛없게. 진물이 나올 때 까지 밥을 씹고 또 씹는 겁니다. 그럼 배도 부르고 시간을 다른 사람과 맞출 수 있습니다.

밥먹고 난 뒤, 이게 또 관건이죠. 어른들은 뭔 화기애애한 얘기 거리들이 그렇게 많은 지 집에 갈 생각을 안합니다. 이때 우울한 2세들 골방에 스믈스믈 모여 잠을 청하기 시작합니다. 귀찮다 이거죠. 이러면 절대! 절대 안됏! 사촌들을 독려해 노래방에 가서 칼로리를 소비합니다. 1시간 정도 노래를 불러주면 사촌들과 우애도 돈독해지고 어른들의 대화 소스도 바닥나 있습니다. 이제 슬슬 집에 갈 때가 된 거죠. 아니면 고스톱! 윷놀이!를 하는 겁니다. 문제는 어른들이 낄 경우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설거지를 한다-> 칼로리 소모는 되겠지만 ................................ 싫다... 그냥 살찌고 말지... -_-:

조카들이랑 놀아 준다-> 이건 아니잖아!


마지막 전략: 옥희와 산책에 나선다.

초반, 중반, 당일 전략에 실패했다고 눈물 흘리며 누워있으면 안됩니다. 마지막 휴일이라도 몸을 뜅기며 부림을 쳐봐야죠. 저의 마지막 전략은 애완견과 산책을 나가는겁니다. 명절이라 사람도 없을 테니 밖에 나가서 높은 가을 하늘도 보고...


아 졸려.
왜 점심만 먹고 오면 이렇게 졸린 거야!!!!



PS: 마지막몸부림: 송편은 골라먹자.

콩이 들어간 송편이 제일 싫어합니다. 떡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송편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있으면 먹게되는 것을 어찌합니까... 제가 생각한 방법은 송편을 조명에 비춰 봐서 속에 뭐가 들었는 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나만 꿀 송편을 골라 먹는 것이지요. 아무 송편이나 덥석덥석 먹지 않는 추석이 되기를...


by 똥녀 | 2006/09/28 14:54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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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nuit at 2006/09/28 22:55
한편의 '추석 생존 가이드'군요.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긴 하지만. ^^;
Commented by 똥녀 at 2006/09/29 09:54
생존하고 말거에요 ㅠㅠ 흑흑흑
Commented by 라디오키즈 at 2006/10/02 15:29
^^ 추석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최소한의 마음가짐이 아닌 결연한 것이기에 더 가슴이 아파옵니다만...-_-; 왜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못 먹어야 하는 걸까요. 물론 건강이 문제가 된다면 조심해야 겠지만 건강보다는 미용이란 측면에서 그런다는게 아쉽답니다.

-_- 추석 인사말 건네러 와서 딴 소리만 하고 있군요.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추석 잘 보내세요. ^_^/
Commented by 검쉰 at 2006/10/07 10:49
생존하셨는지!
가끔 들어와서 보는데 잼있네요 ^^;;
Commented by 100원 at 2006/10/08 18:56
우리집은 음식이 심하게 맛이 없는 "기름전"인지라 아주 안심이 되더군요
Commented by 똥녀 at 2006/10/09 13:24
라디오키즈님/ 음... 먹고 싶은 걸 못 먹진 않아요. 어제도 감자 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 신촌에 있는 크라제 버거에 가서 칠리 치츠 감자 튀김을 먹고 칠리버거를 먹었는 걸요~~ 문제는 명절음식은 별로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데 너무 많이해서 냉장고에 쌓아 놓고 두고두고 먹는 거에요. ㅜㅜ ㅋㅋ 이렇게 바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석 당일 날 먹자마자 누워 잤다는.. 설거지는 안했다는... ^-^ 즐추 하셨나요?

검쉰님/ 생존은 했지만 역시 1kg이 쪘더군요. 흑흑흑

100원님/ 백원만 주세요. 저희 집도 맛없는 음식의 대가이긴 합니다만... 제 입맛이 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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