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풍차-로즈버드-스타벅스-노천카페-커피빈
처음 커피숍에 간 날을 기억하세요?

제가 커피숍에 처음 간 것은 중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신천(신촌이 아닙니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하얀풍차였습니다.
건물 2층에 위치한 하얀풍차는 내부 인테리어가 모두 하얀색이었습니다.
벽도 소파도 쿠션도 심지어 타일도 하얀색이었습니다.
지금은 촌스러울 인테리어가 그때는 어쩜 그렇게 멋있게 느껴지던지
그곳에 앉으면 멋진 어른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후로 그곳에 자주 가게됐습니다.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방과후 죽을 때린 거죠.

커다란 2인용 흰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탁자에 놓인 전화기로 삐삐를 치곤 했습니다.
그때 거의 대부분의 커피숍 탁자에는 전화기가 놓여있죠.

하얀풍차에 놓여져 있던 전화기는 피아노 전화기였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애의 삐삐 비밀번호를 알아내기에 정말 좋은 도구였지요.
남자애가 삐삐 음성을 확인하려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그 음을 기억하면 됐습니다.
몰래 알아낸 삐삐 비밀번호는 그후 저를 울게도 웃게도 만들어버렸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인문계 여자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남자를 만날 일도 없었고 놀지도 않았습니다.
같이 죽때리던 절친 친구들과는 고교 입학과 함께 다른 길을 걷게 됐고 만날 일이 흔치 않더군요.
그렇게 하얀풍차에는 발길을 끊었습니다.

로즈버드
대학교 1학녀때부터 3학년때까지 로즈버드 1900원짜리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는 아이스 카페모카 겨울에는따뜻한 카페모카를 마셨습니다.
역에서 학교 신호등까지 그리고 정문에서부터 산에있는 외솔관까지 이놈의 커피는
저의 즐거운 동반자가 돼주었습니다.
로즈버드를 즐겨 마시게 된 이유는 또 남자친구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여기 라떼를 매일 마시다 시피 했거든요.
1학년때부터 2년을 사귀었으니 그 친구와 사귄 기간과 제가 로즈버드 커피를 마신 기간은 일치하네요.
글을 쓰면서 알았습니다.
조금 씁쓸해지는데요...
그 남자친구와 저는 사소한 것으로 잘 싸웠습니다.
take out과 take away로 싸웠으니까요.
그 남자친구는 버젓히 커다랗게 take out이라고 써있는 간판에서 꼭 "take away입니다"라고 말했거든요.



2001년 9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스타벅스에 처음 갔습니다.
오사카 공항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어 간 곳이 스타벅스였지요.


그전까지 저는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반감이 있었습니다.

새내기 똥녀는
세계화, 신자유주의, 반미 등의 명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메이데이 시위를 보면서 가슴 한켠이 꿈틀 거림을 느꼈습니다.
제가 속한 인문대는 아직 80년대의 향취가 남아있었습니다.
80년대에 멈춰버린 듯한 철학8반 과방이 참 편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스타벅스 로고 자체가 역겨웠습니다.

할 수없이 가서 마신 커피에 무슨 맛이 있었겠습니까.
3학년때까지 그렇게 남자친구와 로즈버드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제가 스타벅스로 취향을 바꾼 건 2004년도 입니다. 취향이라기 보다는 중독.
스터디를 할 장소가 없어서 학원 1층에 있는 스타벅스를 자주 애용하다 그만 중독이 된 것이겠지요.
삼성동에 있는 해커스 학원을 다니면서 저는 점점 된장녀가 되어갔나 봅니다.
그때 참 외롭게 토플 공부를 했지요. 못하는 영어를 잡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침 6시에 학원 독서실에 도착해 공부를 했습니다.
11시쯤 베이글(양파) 세트를 1층 스타벅스에서 먹는 것으로 아침과 점심을 대신했습니다.
저녁은 김밥천국에서 참치 김밥을 먹었고요. 비오는 날은 김치우동을 먹었습니다.
[전 친구들에게 토플 다이어트를 권해주는데요. 단기간에 무려 5키로를 뺐습니다.ㅋㅋ]

아무튼 그때부터 전 스타벅스에 중독 된 것 같습니다. 카페 모카에 말이지요.
그 씁씁함이 장운동을 촉진시켜줬습니다. 살이 쪽쪽--



시드니로 교환학생을 가게됐습니다.
초반,
영어도 쥐뿔 못하고 슬플때가 많았지요... 담배만 조낸 펴댔습니다.
기숙사 발코니에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말이지요...
그런데 담배엔 커피가 짝꿍 아니겠습니까. 그 텁텁함을 달래줄 커피!!!
근데 호주 커피 맛 없더군요. 한국 수퍼에 가서 맥심을 샀을 때의 그 황홀감!!
아아아-- 맛나더군요... 발코니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 읽고 커피, 담배를 함께 한다는 것!
그 여유... 끝내줬습니다.

자, 이제 아이들과 친해졌습니다. 거의 매일 티타임을 갖게 됐습니다.
기숙사 앞에 매디나란 호텔이 있었습니다. 꽤 괜찮은 곳입니다.
그곳 1층 카페 발코니에서 마시는 커피는 고작 3달라 50센트...
커피 맛도 끝내줍니다...
시드니에는 멋진 노천 카페가 참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쇼핑을 하다가 혹은 수영장을 다녀오다
들러서 한잔 마시면 온세상이 내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직장인이 됐습니다...
회사 건물 1층에 카페가 2개나 있지만 노천은 아닙니다. 자리도 불편합니다. 분위기도 칙칙합니다.
좀 별롭니다. 그래서 참 우울했습니다. 여유로운 음악도 나오지 않고 달랑 커피 사가지고 사무실로
다시 쪼로로 올라가야 하는 분위기... ㅠㅠ

그런데!!

오늘 점심시간에 먼 곳으로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그만!!!! 커피빈을 발견했습니다.
회사 근처 새로 생긴 건물에 커피빈이 생긴 것입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선배랑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2시간 커피빈에서 땡땡이를 쳤습니다. 캬캬캬캬캬
참고로 선배는 남잡니다.. '커피빈 매니아' 남자 선배(!)입니다.


아, 정말 기쁩니다. 일요일 회사갈 날이 기다려집니다.
커피빈 가서 땡땡이 쳐야지!!


이상 나의 커피 취향 변천사...
by hong882 | 2006/08/10 11:31 | 내기분멜랑꼴리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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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og at 2006/10/18 23:04

제목 : 媛곷퀎壬쎷泥댄뿕, 而ㅽ뵾 諛뺣Ъ愿?
10儒꾨룄 幽볖惟쎷擬섍릿幽? 壬쎷宥マ薏쇳븯怨읻36留뚯썝 諛쏆븘淫쎷9留뗞8泥쒖썝吏쒕━ 踰좊꽕隣달諛붿?瑜쁩乙ъ엯幽쀞移쒓뎄媛? 懿꾨Ⅴ諛붿씠麟룁妊덈뜕 怨녹씠 巽섏솃痢졻?숇씪孺볖而ㅽ뵾 誼꾨Ц誼먯씠椅덈떎. 二쇰㉧宥덇? 媛?踰쇱슫 矣곕━揄ㅼ? 900義먯쭨由マ幼.....more

Commented by sky at 2006/11/29 01:35
쯧쯧. 된장녀의 인생사군요.
푹 발효가 되었는데 좀 더 발효가 되면 여기까지 냄새가 나겠구려.

당신의 인생은 당신 자신 외에 또 무엇을 위하십니까?

Commented by 200문장영어 at 2008/07/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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